
노후희망유니온 등 13개 단체는 8월 25일(화)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이 oecd 국가들 중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유일한 보편 복지인 지하철 무상승차 를 축소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다.
[성명서]
65세~ 69세의 이동권을 빼앗아 70세의 교통복지를 만들지 마라.
서울시는 지하철 무상승차 연령 70세 상향 논의를 중단하고 노인 교통복지의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라.
서울시가 ‘서울 노인교통복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하철 무상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인구가 크게 늘어 지하철 무상 수송 손실이 증가했고, 70세 이상 노인에게 버스요금을 지원하려면 기존 지하철 무상 연령을 높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버스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에 찬성한다.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노인도 있다. 다리가 불편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노인도 있다. 농어촌이나 도시 외곽처럼 지하철이 아예 없는 곳에 사는 노인은 지금까지 지하철 무임승차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따라서 노인 교통복지를 지하철에서 버스까지 확대하자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65세부터 69세까지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빼앗겠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복지를 확대한다면서 다른 노인의 복지를 줄이는 것은 복지 확대가 아니다.
서울에 사는 68세 김씨.
김씨는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지하철 택배 일을 한다.
아침에 종로에서 물건을 받아 강남으로 가고, 다시 여의도로 이동한 뒤 오후에는 잠실까지 간다.
하루 네다섯 차례 지하철을 갈아탄다.
그에게 지하철 무상승차는 관광을 다니기 위한 공짜표가 아니다.
일하러 가기 위한 교통수단이자, 생계의 원천이다.
지하철 요금을 매번 내야 한다면 하루 몇 천 원, 한 달이면 상당한 교통비가 생긴다. 얼마 되지 않는 택배 수입에서 교통비를 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더 줄어든다.
김씨에게 70세에 지하철 무상승차를 이용하라는 것은 당장 일을 그만두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한편에서는 노인에게 더 오래 일하라고 말한다.
정년 연장을 이야기하고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일하러 다니는 65~69세의 교통비 지원부터 없애겠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다른 66세 박씨(여성)
혼자 사는 박씨는 한 달에 몇 차례 대학병원을 찾는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택시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복지관 프로그램에 갈 때도 지하철을 탄다.
소득은 기초연금 하나에 의지한다.
박씨에게 무상승차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들은 흔히 “지하철 요금 몇 천 원이 뭐가 그렇게 큰 돈이냐”고 말한다.
그러나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교통비는 외출을 결정하는 비용이다.
병원에 한 번 덜 가고, 친구를 한 번 덜 만나고, 복지관에 한 번 덜 가게 만드는 돈이다.
교통복지는 단순한 이동의 문제가 아니다.
고립되지 않을 권리이고, 병원에 갈 권리이며, 일할 권리이고, 사회와 연결될 권리다.
오래 산다고 모두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연령이 평균 71.6세까지 높아졌다는 점을 제도 개편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한 논리다.
“나는 72세쯤 돼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인식과
“65세부터 교통복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요즘 65세가 과거의 65세보다 건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해진 만큼 소득도 늘었는가.
노후소득보장제도도 충분해졌는가. 노후 빈곤이 해결됐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 속한다.
65세가 젊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복지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은 건강하고 부유한 노인이 아니다.
65세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저소득 노인이다.
지하철 적자의 책임을 왜 65~69세에게 묻는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정하지 않는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무임수송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질문은 이것이다.
왜 그 비용을 65~69세 노인에게 청구해야 하는가.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노인 무상승차 하나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낮은 원가보전율, 버스 환승손실, 공익서비스 비용, 노후시설 투자비 등 여러 구조적 원인이 얽혀 있다. 더구나 노인 무임승차는 서울시가 어느 날 자발적으로 만든 무료서비스도 아니다.
국가의 노인복지 정책에 따라 시행돼 온 공공서비스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도 책임져야 한다.
서울시도 책임져야 한다. 공공교통 운영기관도 합리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비용을 특정 연령대 노인의 권리를 줄여 해결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일 뿐, 가장 정의로운 방법은 아니다.
65세 노인의 지하철을 빼앗아 70세 노인에게 버스를 주지 마라
서울시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버스 교통비를 지원하면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없다’는 말 뒤에는 누군가의 부담이 숨어 있다.
그 부담을 지는 사람이 바로 65세부터 69세까지의 노인이다.
65세 노인의 지하철 이용권을 빼앗아 70세 노인에게 버스 이용권을 주는 방식이다.
이것은 세대 간 연대도 아니고 노인복지 확대도 아니다.
노인 내부에서 한 세대의 권리를 빼 다른 세대에게 이전하는 복지의 돌려막기다.
65세 노인과 75세 노인을 경쟁시켜서는 안 된다.
청년과 노인을 경쟁시켜서도 안 된다.
대중교통은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이며 그 비용 역시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서울시는 지하철 무상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일률적으로 상향하는 계획을 중단하라.
둘째,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은 기존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승차 제도와 별개의 복지 확대 정책으로 추진하라.
셋째, 중앙정부는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도시철도 무임수송 비용에 대한 국비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
넷째, 서울시는 무상승차 비용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노인의 이동이 가져오는 사회적 편익과 건강·사회참여·고립 예방 효과까지 포함한 사회적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하라.
다섯째, 일률적인 연령 상향에 앞서 소득, 경제활동, 이용 시간대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당사자인 65~69세 노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
여섯째, 서울 노인교통복지위원회는 노인복지를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말고 이동권과 노후소득보장, 노동, 건강, 사회참여의 관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라. 또한 노인 교통 복지 위원회의 풍부한 논의를 위해 반대 생각을 가진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
교통은 노인이 집 밖으로 나오는 첫 번째 복지다. 지하철을 타고 일하러 간다. 병원에 간다.
친구를 만난다. 복지관에 간다. 시장을 간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은 사회와 연결된다.
서울시가 만들어야 할 정책은 노인이 몇 살부터 돈을 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정책이 아니다.
가난해도, 늙어도, 몸이 불편해도 누구나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65세의 이동권을 빼앗아 70세의 교통복지를 만들지 마라.
노인복지를 노인끼리 나누게 하지 마라.
서울시는 지하철 적자의 계산기를 노인에게 들이대기 전에 국가와 서울시가 져야 할 책임부터 계산하라.
2026년 8월 22일
고령사회를이롭게하는여성연합, 공공운수노조 퇴직자지부(준),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동학실천시민행동,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퇴직위원회, 이음나눔유니온, 전국시니어노조, 초록교육연대, 60+ 기후행동,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총 13개 단체)
